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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10 02:03
남편과의 대화
 글쓴이 : 야오
조회 : 8,934   추천 : 0   비추천 : 0  
프레시안에 실린 장하준 교수의 인터뷰를 보면서

(주소 링크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408160354)

평소에 하던 생각을 정리해 보던 중 남편이 돌아왔다. 


" 현재 세계 경제의 문제점은 산업이 아니라 실체 없는 자본 자체가 

 경제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렸기 때문인 거 같아. 

 원래 기업을 위해서 주식이 존재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은 주식을 위해 기업이 존재하는 거잖아.

 
 한국이 남미형 구조로 가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한국 정부나 

 기업 전부가 실체없는 자본을 신앙으로 삼고 있고 거기에 

 절대 가치를 부여하니까 출구가 없어보이는 사단이 나는 거 같아.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자본주의 이론 자체에 종속되어 있는데 

 이게 유일신 신앙처럼 절대 불변의 진리로 여겨진단 말야. 

 
 우리 학교 다닐 때는 "선한 의지를 가진 존재로서의 민중"을 전제로 했지만 

 사실 대중이란 원시시대의 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해.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하게 욕구에 따르고 생육하고 번성하다가 

 개체수가 너무 많아지면 레밍떼처럼 자멸의 길로 가서 일부 개체만 남기는거지. 

 그래서 정기적으로 전쟁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싶고 살아남은 개체들은 

 이전의 문제점을 약간 보완하여 보다 안전하게 번식하고 생존할 방식을 찾다보니

 궁극적으로 역사의 정방향이라는 게 생기는 게 아닐까?" 

 
 평소처럼 생각나는 대로 두다다다 쏟아내니 

 남편님께서 적절하게 요점을 짚어주시며 강의를 시작하신다. 


 "그래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생긴거지. 

 실물 자본의 실체는 변하지 않았는데 가치가 폭락한거잖아.

 앞으로 오를 거라고 예측한 집의 미래 가치를 가지고 거듭 주식을 발행하면서 

 중간에 빠진 고리가 생긴거야.

 왜 자본주의 국가에서 피라미드 사업을 용인하지 않는 지 알아?"


 "암웨이 같은 거 말야?"


 "아니, 암웨이는 다단계라 주식투자랑 비슷한거야. 그 얘긴 좀 이따 하기로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라미드 사업을 용인하지 않는 이유는 

 그게 자본주의의 구조 자체이기 때문이야. 

 실체없는 소비."


 "헉, 피라미드 사업이 자본주의의 실체란 말야?"


 "대공황은 자본주의 구조가 피라미드화 되면서 발생하는거야.
 
  암웨이 같은 다단계 사업이나 주식투자는 똑같은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꼭지점이 여러 개라서 어느 한 쪽이 붕괴되어도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이 있지. 

  그리고 암웨이 같은 경우는 어쨌든 거래되는 실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거고

  어느 한 쪽에서는 파산을 하고 어느 한 쪽에서는 벼락부자가 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거지. 어쨌든 누군가는 끊임없이 파산을 하게 되어 있어. 

  원래 자본주의는 식민지 없이는 유지가 안되거든. 그래야 저가 상품이 생산되니까. 

  중국이나 인도가 부유해지면 세계가 몰락하게 되어 있고 기존의 제국주의자들은 그걸 막으려고 해. 

  이 과정에서 식민지 국가가 영원한 식민지로 남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전쟁이 발생하는거지. 

 사회 구조와 구성원 전부가 "모두가 돈을 벌자."라는 욕심으로 눈이 뒤집힐 때 금융위기는 필연이야.

 한정된 재화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화폐가치로 변질된 대표적인 예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에 있었던 튤립 투기 사건이 있겠지."


 "지금으로 치면 명품 가방에 대한 범사회적 소유욕같은 거네.
 
  실체가 없는 가치를 위한 소비에 인생을 투자하는 것. 

  수치로만 존재할 뿐 실존하지 않는 재화가 곧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거고.

   아니 그런데~ 자기는 생전 책 한 권 안읽으면서 어떻게 모르는 게 없어? ♡ㅁ♡"


 " (턱을 치켜 들고 눈을 거만하게 내리 깐 포즈로)

   .................................................학교 다닐 때 공부 안했어?"



 "......................................님하, 진정 재수없으삼. -ㅅ-b" 


 "하나만 기억해 두면 돼. 역사라는 건 어차피 승자의 기록인 건 알지?"


" 그렇게 배웠지."         

  
"그래서 기록된 역사는 다 거짓말이야.

 그러니까 거꾸로 읽고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우면 돼. 이상." 


 "훌륭하신 님하, 하나만 더 알려주삼~"

 " 뭐?"

 "우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효? *_*"

 "잘,"


 ----------------------- 오늘의 대화 끝-------------------------


 가끔씩 남편을 보면 진짜 지구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_- 

 내가 아주 기초적인 발상을 툭 던지면 어떤 분야든지 줄줄줄줄 설명이 

 나오고 요점과 핵심만 탁탁 짚어주는데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기억력이 딸리다보니 위에 적은 글은 간단히 메모해 놓은 것을 재구성한 수준이라

 빠진 부분이 많지만 실제 말할 때 남편은 각종 예시를 적절하게 배치해서 알려준다.  
 
 
 당최 신문도 안보고 뉴스도 안보고 책도 안읽고 학교 다닐 때 공부도 한 적 없다는데  

 이 아저씨는 왜 모르는 게 없는거지? 정말 신기함. -_-
 
 어쨌든 이런 점이 반찬 투정 작렬에 게으르기가 나와 쌍벽을 이루는 데다가

 세상 돌아가는 일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전혀 관심 없고 

 뻑하면 삐지기 대장에 우정과 의리 따위 남성 생물 생존의 기본 요건이 탑재되어 있지 않으며 

 날로 배가 나오고 이마가 넓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뻑의 힘으로 살아가는 우리 남편님을

 내가 16년 넘도록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임엔 틀림없는 듯.    

  
내가 발상을 던지면 남편이 살 붙여주는 좋은 컴비네이션을 잘 활용해서 

좋은 만화를 그려야 할텐데.............이런 내용을 어떻게 코믹 웹툰에

가볍고 무심하고 티 안나게 담을지 나도 모르겄다. -_-;;; 


어쨌든---------세상을 바꿀 영웅이 나타나야만 한다면

20세기 형 자본주의 이후의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그걸 한 줄 요약해서 선동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사람과

그 의견에 공감하는 다수 대중이 만나 시대 정신으로 떠올라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있는 시대는 그 과정으로 가기 위한 터널 속. 

춥고 깜깜하고 배고파도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MB를 욕하기 전에 그를 수장의 자리에 불러낸 내 안의 MB에게 

먹이를 주는 나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것.  

뼛속에 박힌 MB (Material-born? 물질적으로 체화된 천성을 말하고 싶었으나 영어가 짧아서...^^;)

에서 놓여난 사람들이 많아야 시대 정신이라는 게 생길 토양이 마련된다는 것. 


세상을 변화 시키고 싶다면 스스로를 변화 시키려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
 
혁명도 원치않고 급격한 변화조차 기대하지 않으나

후대가 살아갈 세상의 진일보를 꿈꾸는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 

<역사의 주인은 나>라는 것. 

역사를 쓰는 사람은 승자이지만 역사를 만드는 것은

이름없는 자들. 우리들이 구현한 시대 정신이라는 것.
 
불행히도 그것은 꼭 선하고 정의롭지만은 않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집단의 동물적 본능은

큰 틀에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거라는 믿음. 

그게 내 소신. ^^ 



PS :  윤증현 기획 재정부 장관 "영리병원 비싸면 안 가면 되지." 

       이 뉴스에 대한 남편과의 말장난 



       "대학 등록금 비싸면 안가면 되지."

       "집값 오르면 안사면 되지."

       "물가 비싸면 굶으면 되지."

       "살기 싫으면 죽으면 되지."


     
.....................세상 살기 참 쉽죠잉~ -ㅅ-b

연월 09-04-12 15:04
답변  
다 읽었습니다. -ㅂ-)b
떠도는돌멩… 09-04-13 02:01
답변  
이시대에 나타난다는 영웅의 겉과 성인의 속을 지닌 '성웅'은 과연 언제 나타날까요..쩝
보라 09-04-14 12:02
답변 삭제  
우아..정말 제가 원하는 인간상이셔요~나룽님!!제가 꿈꾸는 르네상스인이랄까??ㅋ
참...지금 돌아가는 꼴은 마음도 아프고, 더이상 그 어떤말을 해도 충격이 아니라는게 ...심난~합니다.
세아니 09-04-27 12:02
답변  
흐흣~~~남편님 짱입니다.
저도 정리안되는 사실을 저희 오빠한테 던지면 적절한 예시를 섞어가며 잘 설명해주더라구요.
책이나 뉴스는 제가 더많이 보는데 암튼 신기하고 존경스러워요~~~세상에는 외계인들이 종종 사나봅니다.
마지막 대사읽고 참 세상돌아가는 꼴 한탄하면서 요즘 약간 정신줄을 딴데 돌리고 살지 말입니다. 후~~~ 계속 들여다 보면
속이타서 쉬는중인데 ... 므튼 속은 똑같이 타고 짜증만 늘어납니다. =ㅈ=
콩콩 09-04-28 11:49
답변  
"대학 등록금 비싸면 안가면 되지."

"집값 오르면 안사면 되지."

"물가 비싸면 굶으면 되지."

"살기 싫으면 죽으면 되지."


역시..그래서 요즘 집단 자살사건이 많이 나는거였어요..
나름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한다는얘기가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된다...는 것이니 국민들이 그에 따라가기 마련 아니겠어요..
릴루 09-05-04 13:04
답변  
왠지....서글프다...

죽기 싫으면 살면 되지.....

굶기 싫으면 먹으면 되지...

그러다 보면.....

먹고 싶은면...사야 되지....

사야되지....

다음엔 원래대로 돌아가는.....이 세상....
샹커플 09-05-08 14:15
답변 삭제  
저것이 진정 부부의 대화인가??
제가 보기엔 둘다 그냥 무지 대단하신 듯ㅠㅠ
kittym 09-05-24 23:42
답변  
야오님 부부 최곱니다 정말!!!
우량왕자쭈… 09-06-18 17:18
답변  
야오님은 나룽님을 존경하시는군여..
아는 언니가 그러더라구여
부부는 어찌됐든 서로 존경할수 있는 구석(?)이 없음 살수없다구여
.
.
.
.
전 제 신랑을 존경하고있나? 잘 모르겟습니다 ^^;;
인생무상 09-06-26 13:08
답변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지네요... 세상 살기 참.... 어렵다...
쟌이 09-06-30 09:22
답변  
지금은 장하준교수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는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책을 읽고 나니까 무슨내용인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논리있게 비판하고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야오누나의 만화를 잘봤다는 생각을 여러번합니다.^^
좋은 글 보고갑니다.
지아날개 09-09-14 18:18
답변  
저도 남친이랑 사회적 이야기로 투닥투닥~
전혀 연애 이야기로 싸운적은 없고... ㅎㅎ  저는 '그냥 내생각은 그래' 인 반면, 남친은 '국가입장에서는 이렇고 여기 입장에서는 이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러죠;;

최근에도 그런걸로 투닥투닥 거렸는데, 혼자 있을때 다시 생각해보니, 남자입장에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 괴로워 하는것 같더군요. 잘 다독여줘야겠어요^^
네이버행인 09-09-25 11:45
답변 삭제  
와! 이거 제 싸이에 일촌공개로 퍼가도 되요??
stylistmj 09-10-22 14:33
답변  
메모하시기 조금은 벅차 하시는 거 같아요.. 녹음도 같이 하시면 좋으실 꺼 같은데요~

그거보다도 저는 야오님 한테서 메모하는 습관을 배워야 겠네요.. 킁.. ㅋ

야오님~ 메모의 기술 좀 알려주셔용~~
본명이기호 09-10-28 13:35
답변  
자살 방지 '생명사랑 캠페인'이 좀 더 확산 되었으면 하눼요 ㅇ_ㅇ
꼬부기우유 10-03-19 12:57
답변  
뭔소린지 ㅠ.ㅠ 어렵다 어려워...
Sherlyn 17-12-30 20:37
답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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