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작성일 : 14-07-29 13:27
진흥원 공모 선정됐습니다.
 글쓴이 : 야오
조회 : 5,095   추천 : 0   비추천 : 0  


6월 19일날 진흥원 창작 지원 공모에 지원했고 오늘 결과 나와서  

KT 올레마트에 첫 장편 극화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기분 좋고 드디어 내 만화로 밥 먹고 살게 되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마음이 복잡한 이유는

와....진짜 오래 걸리고 진짜 오래 돌아왔다, 징하네....라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아요. 

올레는 작년에 런칭할 때 합류하기로 했던 곳인데  갑자기 암 시술 하느라 못하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컨셉 겹치는 작품이 생겨서 연재 기회를 놓쳤던 곳이거든요. 

발표가 6월 말에 난다고 했었는데 경쟁률이 너무 높아져서 일주일 간격으로 연장되다가 결국 한 달 지연이 되었어요. 

결국 10대 1 넘는 경쟁률 뚫고 정식으로 만화판 입문하게 된 건 참 기쁜데 발표가 자꾸 늦어지다 보니 

약간 피 마르는 느낌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한 달을 기다리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었어요.  


유재석 노래 중에 말하는 대로 있잖아요. 그게 자꾸 자동 재생 되더라구요. 

"난 왜 안 되지...난 왜 안 되지...마음 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근데 이건 저랑 동갑인 유재석이 20대 때 고민한 얘기를 이미 성공한 이적이 노래로 만든 거잖아요.

처음 들을 땐 그냥 좋은 노래다 했지만 40이 넘도록 계속 도전에 실패하는 제 입장에서는 민달팽이에 소금 뿌리는 느낌이더라구요. 

진짜 난 왜 안 되지. 정말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더 해야 하는 건가...열심히 안 하는 친구들도 잘만 풀리는데 

나름대로 목숨 걸고 하고 있는데 난 왜 안 될까...이번에 안 되면 포기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니 병이 도지더라구요. 

기다림이 길어질 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고민이 깊어지니 솝톱에 백반증이라고 간 안 좋아지면 나타나는 현상이 재발했어요.  

그거 보면서 알았죠. 난 이거 안 하면 오래 못 살겠구나. 풀리지 않아도 계속 하는 게 내가 갖고 온 삶의 이유인가 보다....

그래서 이번에 떨어져도 어떻게든 일어나서 다시 도전하는 방법밖에 없을 거라고 결론이 난 상태에서 연락을 받은 거예요.  

   
만화 그린 지는 올해로 딱 10년 째 지만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지는 25년 째...

그 세월 동안 여러분이 홈피에서 보신 것 보다 더 많이 도전했고 더 많이 실패했어요. 

초창기에 웹툰을 시작했는데 각종 계약에 얽히고 꼬여 수 많은 기회를 놓쳤고 

공모전에 뽑혔던 회사들은 문을 닫았고 (팝툰 말고 인터넷 업체도 여럿)

만화가 아무리 입소문 타고 알려져도 받아주는 회사들은 없고

시작한 지는 오래 되었으니 이미 유행 지나고 낡아 버린 그림 취급 받으면서 

계속 관객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박수치고 앉아 있어야 했죠.  


쉬지 않고 한 곳만 바라보고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왔지만 좀 갈만하다 싶으면 

언제나 허방다리에 빠져 엎어지고 쓰러져 만신창이가 된 느낌...

근데 웃긴게요, 그렇게 수도 없이 실패하다 보니 세상의 97%를 차지한다는 "결국 실패한 사람들" 속에서 

그게 실패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삶의 진짜 이유는 그 어떤 결과도 아니라는 걸 

문자로가 아니라 감각 세포로 절절히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1년 간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어쩌면 형이상학에서 구원을 받은 거 같기도 해요.  


인문학 공부를 하다보니 고미숙씨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도 읽게 되었고 이래저래 짧게나마 제 사주 공부도 하게 되었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찾아보며 나름 정리를 해 보니 어쩌면 운명이란 게 정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 사주는 2012년 까지 어떻게 해도 안 풀리는 사주였거든요. 계속 하향이면서 바닥으로 내리 꽂히는 그래프랄까....-_-;

그러다 2013년 부터 상승세가 시작되어 목돈이 들어오고 (이게 암진단금인 건 함정 -_-;)

올 여름에 변두리에서 시작해서 2016, 2018년 피크 찍고 앞으로 20년 간 상승세...이게 제 사주 모양이었어요. 

중년까지는 쉽지 않고 말년으로 갈 수록 좋아지는...

예전에도 그런 얘긴 들었지만 인생이란 게 말년을 장담할 수 없으니 별로 신경을 안 썼죠. 

안 풀리는 게 맞았으니 올 여름부터 풀리는 것도 맞았으면 좋겠다 생각은 했지만 실패를 많이 해 본 입장에선 

원고를 내고 나서 믿을 게 사주 밖에 없다는 게 어이없고 한심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되면 앞으로 좋은 일만 남았다고 믿기로 했고, 됐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가 보려구요. 

어디까지 갈 지는 모르지만 살아있는 한 제 인생 가지고 여러가지 실험을 해서 결과를 기록해 놓으려 해요. 

어떤 사람에겐 운명이 있다는 게 도움이 될 거고, 어떤 사람에겐 해악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냥 우주 먼지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일견 지구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인간 개개인의 삶이 

과연 유의미한 것인가...를 제 인생을 기초 텍스트로 삼아 탐구해 보려구요. 

공부하다 보면 살 이유가 생겨 건강에도 좋겠죠. 전 그런 거 같아요. ^^


솔직히 사주란 게 그래요...앞으로 아무리 좋다고, 대운이 왔다 해도 제가 연재 펑크내고 잠수타고

그러면 말짱 꽝이잖아요. 2012년 까지 노력해도 안 될 거라는 소리 들었다고 해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것이고...성격과 적성과 시기는 정해져 있을 지 몰라도 그걸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선택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제 사주엔 50대 중반에 암이 걸리는 걸로 나오는데 일찍 왔잖아요. (통계적으로 간염 보균자 발병 시기는 55세)

그건 제가 너무 번민이 많고 밤낮 바뀐 채 막 살아서 빨리 불러 들인 선택의 결과라 봐요. 

자유 의지라는 것은 없다는 게 최근 뇌과학 연구 결과라는데 뇌의 전기 신호가 끊긴 후에

에너지의 활동을 저는 꽤 많이 목격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과학 이론 공부도 같이 하고 있어요. 

협소한 개인의 경험으로 우기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야오네집도 함께 지원했었는데 얘는 또 떨어졌네요; 

생각해 보니 지원금은 여러 작가가 골고루 나눠 받아야 하는 건데 두 개를 낸 건 무리수였던 거 같긴 해요. 

야오네집을 통해서 꼭 그려야 할 얘기가 있는데 얘를 어디에 어떻게 내면 좋을 지는 더 그려보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무거운 주제라 아무데서도 안 받아 주는 것 같기도 하고...그리고는 싶고. 그러니까 다시 찾아 봐야죠. 

기다리시는 분들 많은데 아직도 연재할 곳 찾지 못 해 민망합니다만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극화 연재하면서 야오네집까지 하기는 무리지만 시기가 더 늦기 전에 계속 도전해 보려구요. 

이렇게까지 외면당하는 건 상업적 가치가 없어서가 아닐까 싶지만 본격적으로 내용 풀어갈 장을 찾게 된다면 

솔직히 자신 있거든요. 분명히 이 만화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다시 해 볼게요. 



아무튼....긴 세월 기다려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빈 말 아니고 진심으로....이렇게 안 풀리는 사람도 언젠가 될 거라고 기다리고 믿어주신 덕분이예요. 

건강 관리 잘 하면서 첫 장편 연재 잘 해볼게요. 

제가 잘 살아 나가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저도 누군가의 팬이라 잘 아니까

함께 간다 생각하고 더 잘할게요. 정말로 고맙습니다. 꾸벅~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