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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8-13 10:07
사랑은 권력의 씨앗
 글쓴이 : 거미군
조회 : 2,802   추천 : 0   비추천 : 0  

드라마 in 정치 3편>>

미실, "사랑은 권력의 씨앗"



지금부터 1400년 전 서라벌의 어느 귀족 댁 안방. 마님께서 첫날밤을 앞둔 딸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신다. "오늘 밤 네 남편이 미친 것처럼 보일 거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제 정신을 차릴 게야." 어디 첫날밤뿐일까?

사랑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신 나간 사람들의 특권이다. 뇌가 청순해지는(?) 틈을 비집고 때로 순정이 되고, 때로 권력이 되어 삶을 송두리째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사랑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정치와 한통속이다.

사랑과 정치의 결합은 왠지 로맨틱해 보이지만 실상은 늘 피투성이였다. 영국의 헨리 8세와 앤불린의 사랑은 수많은 '신도'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성 간의 사랑을 국민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프랑스 혁명 때 처음으로 "국가는 국민을 사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후 '국가의 사랑'에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단두대로 끌려가야 했다. 파시스트나 공산주의자의 사랑도 유혈이 낭자하긴 마찬가지.



사람을 얻으면 시대의 주인이 된다!

요즘 MBC 드라마 "선덕여왕"은 바로 그 사랑과 정치의 치명적인 결합을 요사하게 보여준다. "사람을 얻으면 시대의 주인이 된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슬로건처럼 극중 미실과 덕만은 앞으로 박 터지게 '내 사람 만들기'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럼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미실은 어떻게 사람을 낚을까?

빈 낚시 바늘에 물고기가 물리는 법은 없다. 미실의 미끼가 바로 사랑이다.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마침내 뇌가 마비되는 그런 사랑 말이다.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모해본 사람들은 안다. 사랑을 구하는 자는 순식간에 약자가 되고, 그 사랑을 받는 자는 당연하다는 듯 권력을 휘두른다.

사랑의 권력자는 절대로 입맞춤을 남용하지 않는다. 헤퍼지면 상대가 금방 배은망덕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랑의 권력자는 그렇다고 입맞춤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 철옹성은 상대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희망과 절망의 양을 적당하게 조절하며 정신이 나간 상대의 마음을 주무른다.

지소태후의 아들 세종, 진흥왕의 충복 설원은 그렇게 미실의 사람으로 길들여져졌다. 사다함은 가야 공략전의 전리품으로 얻은 '책력(사다함의 매화)'까지 미실에게 바친다.

농사를 짓는 고대인들은 절기마다 날씨가 어떻게 변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대의 기후를 기록한 ‘책력’은 권력자에겐 바이블이나 다름없었다. 사다함의 사랑이 미실을 권력자로 치켜세운 셈이다.



"미실이 둘일 순 없는 것 아닙니까?"

물론 미실은 아무나 붙잡고 사랑을 베풀진 않는다. 시대의 주인이 되려면 사람 보는 눈이 필수. 상품엔 라벨이 붙어있어 쉽게 분별할 수 있지만, 사람에겐 그런 게 없으니 진면목을 알기 어렵다. 그녀가 눈여겨보는 것은 '사지를 뚫고 살아나오는 생존력'이다.

미실은 전쟁이나 정쟁의 한복판으로 나아가 생존력을 검증받은 남자들을 낚는다. 세종이 그렇고, 설원이 그렇고, 또 요즘 눈여겨보는 김서현이 그렇다. 그녀의 주위에 남은 사람들은 그래서 하나같이 강하고, 독하며,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다.

내 사람 만들었다고 게임이 끝난 건 아니다. 충성경쟁이 기다린다. 상대등 세종, 병부령 설원, 예부령 미생은 모두 그녀의 힘을 조금씩 나눠 가진다. 그러나 권력과 직결되는 비밀은 절대로 공유하는 법이 없다. 14회에서 미실은 '사다함의 매화'를 캐려던 세종과 설원에게 호통을 친다. "그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나 하나로 족합니다!" 왜? 권력도 사랑처럼 하나여야 하니까. 둘이면 '양다리', 셋이면 '막장' 아닌가 말이다.

그날 밤 미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세종의 품에 안겨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세요", 애원한다. 설원의 머리 손질을 받으며 "믿는다 하지 않았습니까", 투정한다. 입으론 사랑을 속삭이면서 눈은 왜 그리도 복잡한지….
 



친박, 사지를 뚫고 나오던 기백 어디로?

드라마 "선덕여왕"이 방송되면서 박근혜 전대표를 술자리 안주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과연 박 전대표가 큰 뜻을 이룰 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사람들만 놓고 보자면 '글쎄요'다.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모두들 박 전대표를 이용해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 애쓰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사지를 뚫고 나오던 기백'은 어디서들 엿 바꿔 드셨는지 찾을 길이 없다. 그런 안이함이 '친박'의 원내대표 경선 참패로 나타난 건 아닐는지?

현재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를 보면 어디서 조사를 하건 박 전대표가 부동의 1위다. 그러나 진정한 승자는 최후에 웃는 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선진당을 향해 연방 구애의 윙크를 날리는 건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포석인 동시에 박 전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개인이 아니라 세력이 치른다. 나라를 경영하려면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정적일지라도 내 사람으로 품는 포용력이 필수다. 세상의 모든 강이 바다로 향하듯, 사람의 물길을 트는 건 온전히 지도자의 바다 같은 품성이라 하겠다. 바다는 낮고 너르다. <사진은 MBC 선덕여왕 홈페이지> (끝)

- 2009년 8월 13일 스포츠서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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